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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대마, 거점약국으로
접근성을 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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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원장
-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


희귀난치질환자 치료 목적의 의료용 대마 수입이 합법화되었다. 법 시행 반년이 지난 현재, 예상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자가치료용 대마성분 의약품이 희귀난치질환자에게 보급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의료용 대마의 관리와 보급을 책임지는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의 발 빠른 행보가 있다.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는 신속하고 포괄적인 의료용 대마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희귀난치질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전문화·고도화·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희귀난치질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따뜻한 약료 서비스 또한 고민한다. 윤영미 원장은 의약품의 사회적 역할을 상기하며 마음까지 돌보는 약료 서비스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용 대마 보급의 첫 단추를 안정적으로 꿴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가 어떻게 국가와 국민의 건강과 발맞추고 있는지 윤영미 원장의 목소리로 만나본다.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가 낯선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 기관인지 소개해주세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국내 유통되지 않는 의약품 공급을 지원하고, 국가보건 방위에 필요한 국가필수의약품 검토와 수급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입니다. 현재 1,017개 질환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어 있고, 이에 따른 희귀난치질환자 수는 보건복지부 수치상 40~50만 명에 이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국내 미 허가 의약품이나 신약을 희귀의약품으로 우선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화된 약이 대부분이라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의 훈련된 약사와 관리자들이 철저하게 수입, 공급, 유통,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가필수의약품은 보건의료에 있어 의약품으로 국가보건 방위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그 중요성이 큰 만큼 주요 관계부처와 함께 안전공급협의체를 구성하고 있지요. 또 올해부터는 의료용 해외 대마·마약·향정 등을 공급하고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용 마약류는 그 관리와 감시가 더욱 철저해야 하는 만큼 발 빠르게 관련 인프라를 구축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올해 대마 성분 의약품이 본격 수입되면서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았습니다. 어떤 고민을 바탕으로 의료용 대마 관리 체계를 세우셨나요?

크게 두 가지 우려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시간적 우려입니다. 의료용 대마의 경우 수입절차와 공급절차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15개의 대분류 아래 촘촘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환자가 약을 신청하여 공급받기까지 2개월 반에서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센터는 좀더 신속하게 약을 공급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투입해 업무 프로세스를 고도화했고, 일시에 많은 양을 비축하는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덕분에 3개월의 공급기간을 단 1주일로 단축할 수 있었지요.

둘째는 수령의 어려움이었습니다. 수요자 대부분이 중증난치환자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 수령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단 보호자와 간병인까지 수령인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여기에 의료용 대마를 취급할 수 있는 거점약국 30개소를 전국적으로 운영해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방문약료 서비스도 강화했습니다.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의 전문약사와 관리자가 2인 1조로 환자를 방문해 약을 공급하고 맞춤형 복약지도를 더하는 더욱 친밀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까다로운 의료용 대마 관리·공급 체계를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거점약국을 지정하여 접근성을 혁신적으로 높인 점이 인상적인데요. 취급처가 전국으로 분산되는 만큼 더욱 철저한 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우선 거점약국 선정 시 의료용 대마를 취급할 만큼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면밀하게 따졌습니다. 선정 후에는 총 6단계의 교육 절차를 거쳐 시스템을 표준화했고, 의약품공급 후에는 센터 차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해 단계별로 다중 관리했습니다. 거점약국이 신경 써야 할 일은 많지만 사실 주어지는 수수료는 미약합니다. 모두 약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함께하지요. 약을 매개로 직접적으로 환자를 돌본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환자 만족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고요. 올해 하반기까지 거점약국을 200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거점약국에서 한발 더 깊게 들어간 서비스가 방문약료입니다. 환자를 직접 찾아가 몸 상태와 주변 환경을 더욱 면밀히 살피고 그에 맞춰 복약지도를 더욱 세심하게 할 수 있는 서비스이지요. 이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의 권역별 거점센터가 필수적입니다. 지역밀착, 환자밀착형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더 긴밀하게 돌보는 거점인 것이지요. 내년까지 5개 권역에 거점센터를 마련하고 향후 16개시도 모두에 거점센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서 중독 관련 연구도 활발히 펼치고 계십니다. 의미있는 연구 성과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첫째로 질환으로서 ‘마약 중독’ 발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기작을 추적하여 학계에 발표했습니다. 후속 연구로 치료표적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약물사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습니다. 수년 후 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두 번째는 흡연 중독 연구로, 장년기에 시작된 흡연 중독은 일정 기간 금연하면 중독 현상과 갈망이 해소되지만, 청소년기에 시작한 흡연 중독은 일정기간 금연해도 보상과 강화 반응이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을 동물실험으로 제시했습니다. 중·고생의 흡연은 평생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제시한 연구이지요.

세 번째는 비록 마약류로 분류된 물질도 잘 활용하면 자살충동 해소나 우울증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입니다. 현 우울증 치료제의 가장 큰 한계는 투약 후 최소한 1주일 후에서야 약효가 발현된다는 것인데 신종 마약류 중 투약 후 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후보물질을 발견해 학계에 발표하였고,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는 ‘마약류’라는 공감대가 있고, 약물 오남용 문제는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적 협업모델을 그릴 수 있을까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축적한 마약류 관련 방대한 정보를 공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외 마약류 의료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함께 진행해도 좋을 것 같고요. 의료용 대마도 큰 틀에서 마퇴본부의 관리 범주 내에 들어가는 만큼 정보공유를 바탕으로 접점을 늘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의 향후 계획과 운영 방향이 궁금합니다.

센터의 존재 이유는 이 사회가 편찮으신 분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을, 국가가 국민을 소외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책화하고 실행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약품 관리체계의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어내고, 거점센터 확대를 기반으로 방문약료서비스를 넓히고자 합니다. 중증난치환자를 직접 대면하며 맞춤형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적이고 친밀한 기관이 되어야지요. 의약품이 어떻게 사회에 공헌하고 그 기능을 다 할 수 있는지 계속해서 그 한계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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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미 원장 약력
동덕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영학 석사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 박사
대한약사회 의약품정책연구소 위원 역임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초대본부장 역임
한국보건사회약료경영학회 이사 역임
대한약사회 상근정책위원장 역임
현) 한국희귀ㆍ필수의약품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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