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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수용자 재활 교육을 혁신하다


마약퇴치는 마약류중독자를 깊이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교도소 내 표준화된 마약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한 공로로 올해 6월 국민훈장동백장을 받은 이철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감사. 그도 교도소에 서의 첫 강의는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발 더 깊이 다가선 덕에 이철희 감사는 진심이 통하는 마약퇴치 전문가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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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감사

평범한 약사, 교도소를 드나들다

부산에서 약사로 뿌리를 내린 이철희 감사. 1998년 마약퇴치운동본부 부산지부장의 자리에 올라서도, 교도소 내 약물 예방교육을 참관하면서도 약의 전문가로서 마약예방 교육을 전문적으로 해낼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부산교도소 내 수용자 10명을 앞두고 진행한 첫 강의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 평소 알고 있는 약물 관련 지식만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한 수용자가 ‘약을 해본 적이 있느냐?’라고 묻더라고요. ‘약을 해 본 경험도 없는 당신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느냐, 들어볼 테니 한번 해보라’는 식의 냉랭한 반응이었죠. ”

수용자들의 무관심에 항의까지 이어지자 이철희 감사는 마약류중독과 중독자들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더불어 교정시설 내 예방교육의 한계도 눈에 들어왔다. 당시는 월 1회 1시간씩의 형식적 예방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마약중독자 개개인의 사정을 들여다보는 상담과 교육으로 접근법을 바꾼 이철희 감사는 2011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가 힘을 모은 8개 교정시설의 마약류사범을 위한 재활프로그램 개발 TF팀장을 맡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마약류사범들이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항상 마약류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TFT는 교정시설이라는 폐쇄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해 집중했다.

마약류수용자를 위한 표준 프로그램 개발

“ 교정시설 수용기간 중 단약동기를 증진시키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 수행 여부에 따라 가석방하고 치료보호기관에 입원시켜 이들을 사회 내 치료재활체계로 유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총 13회기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는데요. 각 회기마다 상당한 과제물을 부여하고 반드시 서신상담을 하도록 했습니다. 다른 마약류 사범들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고 자신의 마약류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말이지요. ”

1회기 변화의 시작, 2회기 약물문제 재인식, 3회기 약물로 인한 피해 인식, 4회기 약물중독 치료의 실제, 5회기 단약에 대한 자신감(모델링, 회복자 경험담), 6회기 갈망대처와 효과적인 거절기술, 7회기 재발방지, 자기주장 연습, 8회기 행복찾기, 9회기 역할극, 10회기 사후평가와 종결로 1단계(단약동기증진 단계)가 진행되고, 2단계에서는 NA(단약자조모임) 및 복습시간을 추가하여 11회기와 12회기를 추진한 후 13회기에서는 1~12회기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복습한 후 다시 사후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현재 위 13회기 프로그램은 전국 8개 교도소에서 9년째 마약류중독자 재활프로그램으로 시행되고 있고, 마퇴본부와 8개 지부에서 검찰청의뢰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프로그램으로도 적용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가시적 효과도 점차 드러나는 중이다. 법무부와 검찰청의 통계에 의하면 2011부터 2013년까지 출소한 수용자들 중 3년 경과 후(2015년~2017년) 13회기 프로그램 미이수자/이수자의 재입소률(재범률)이 각각 42.3%/37.4%, 49.6%/43.0%, 47.2%/39.6%로 차이를 보였고,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출소 후 2년 후인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미이 수자/이수자 재범률이 15.2%/7.7%로 나타나 재활프로그램의 효과성이 입증되었다.

현장에서 답을 구한 마약퇴치운동 20년

표준화된 재활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부산지역청소년약물남용예방공동체(BYC)’ 결성, 약물남용예방 연극제 및 연극 순회공연, 활동사례집 《마약없는 부산》 발행 등 20여 년 동안의 약물 오·남용 예방과 마약류중독자 치료·재활을 위해 노력한 이철희 감사는 ‘국민포장’ ‘부산시 문화상’ ‘한국마약퇴치학술대상’ ‘국민훈 장 동백장’을 수상하며 그 열정과 노고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우리나라 마약퇴치운동이 나야가야 할 길을 계속해서 제언한다. 첫째, 마약류중독자 치료·재활을 국가정책에서 최우선 과제로 채택 및 충분한 예산 확보, 둘째, 대통령 직속의 강력한 컨트롤 타워 설치, 셋째, 마약류중독자의 철저한 국가 주도 관리, 넷째, 마약류중독문제를 형사사법적 차원이 아닌 보건의료와 복지 차원에서 관리하고 대마의 비범죄화 문제 재논의, 다섯째, 국가의 마약퇴치 전략을 ‘마약없는 사회’가 아닌 ‘마약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 마퇴본부도 이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국 각 지부장님들도 늘 수고해주시는데요.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교 청소년 약물예방교육, 교정시설 마약류수용자 재활 교육에 적극 참여하시길 권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야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보이거든요. ” 이철희 감사는 부산교도소에서의 어설펐던 첫 예방교육을 종종 떠올린다. 그 미숙함을 오히려 동력으로 삼아 누구보다도 현장에 밀접한 마약퇴치운동 전문가로 발돋움한 산증인. 실효성 있는 마약예방을 고민하는 이철희 감사의 활약은 마퇴본부와 함께 현재도 치열하게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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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감사 약력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감사
현 한국한센복지협회 부산지부장
현 부산지방법원 조정위원
전 부산광역시 약사회 회장, 총회의장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부산지부장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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