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단한 조직이
더 탄탄한 안전망을 만듭니다.
장재인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우리나라는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에서 발간한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0년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사상 최다인 1만 8,050명을 기록했다. 1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약물중독 예방과 상담, 중독자 재활과 재범 방지 활동에 앞장서 온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장재인 이사장은 마퇴본부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약물중독은 사회를 병들게 하는 원흉이므로 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해법을 찾으며 건강한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면서 마퇴본부 활동의 중요성과 현실적인 한계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가 보여주듯 마약류 사범의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누구보다 심각하게 바라보실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는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요?
누구나 마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문제입니다. 예전처럼 거점 판매가 아니라 SNS나 온라인을 통해 마약 판매가 쉽게 이뤄지면서 10대부터 20~30대의 젊은 층이 마약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2020년 처음으로 19세 이하 마약사범이 300명을 넘긴 사실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마약사범이라고 하면 일부 부유층이나 연예인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학생, 직장인, 주부 등이 더 많습니다. 마약이 일상 속에 파고들면서 심각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마약 청정국’ 기준인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20명’ 기준선도 넘어섰습니다. 중독 회복자의 전언에 따르면 암수 중독자가 30배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어림잡아 60만 명입니다. 마약류 중독은 법적인 문제가 따르기에 쉬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독자가 겁내지 않고 손을 내밀 수 있는 기관이 바로 마퇴본부입니다.
이사장님 말씀처럼 마퇴본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보입니다. 어떤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나요?
마약류 범죄는 재범률이 높습니다. 가장 우선되어야 할 해법은 초범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약물에 손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물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교육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현장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비대면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교나 단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초범 예방에 이어 재범률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제 마약사범 재범률은 평균 36%에 달합니다. 마퇴본부는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마약류 사범 재범방지의무화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검찰이 재활 교육 이수를 조건으로 기소유예한 마약사범의 교육 역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을 받은 범죄자의 재범률은 7.7%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떨어집니다. 사법처리도 중요하겠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약류 중독자를 단순히 범죄자로 보지 않고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약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마퇴본부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상담과 재활을 위한 저변을 넓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상담 콜센터의 365일 24시간 운영과 권역별 재활센터 설립을 목표로 삼았는데 예산 등의 문제로 미완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현재 상담 콜센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고, 토?일요일은 휴무라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중독자들이 밤낮없이, 언제라도 상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데 많이 부족한 실정이죠. 이 부분은 지속해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센터의 경우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 설립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 부산에만 설립한 상황입니다. 마약 중독자는 사법적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재활을 통해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한 시스템이 아직은 미미한데 빠른 시일 내에 정교하게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마퇴본부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로 보입니다.
맞습니다. 이사장으로 취임 후 예산을 50% 정도 늘렸음에도 아직 역부족입니다. 콜센터 확대 운영이나 권역별 재활센터 건립도 예산 부족의 벽에 번번이 부딪혔습니다. 마약류 중독자로 인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이 한 해 3~5조 원 정도라고 합니다. 그중 0.1% 만이라도 예산으로 확보하면 더 체계적인 활동을 펼칠 수 있을 텐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예산 이외에 앞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을까요?
국회와 정부에서 마약류 중독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중독자 교육을 왜 수혜자 본인이 아닌 정부 예산으로 진행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마약을 금기어로만 여기는 풍토도 사라져야 합니다. 문제를 개선하기 이해서는 드러내놓고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어져야 합니다. 마퇴본부의 위상 변화도 절실합니다. 현재는 NGO 수준의 기관에 머물러 있어 여러 활동을 수행할 때 역부족인 부분이 많습니다. 적어도 공공기관이 되어야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국무총리 산하 마약류대책협의회에 마퇴본부가 빠져 있는 점은 무척 아쉬운 부분입니다. 협의회의 논의 내용을 직접 들을 수 없고, 현장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수도 없는 만큼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아쉬움이 많으시겠지만 2019년부터 3년 동안 마퇴본부를 이끌며 보람을 느낀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마약 중독자나 마약류 사범이 상담이나 재활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 보답으로 가족이 후원금을 보내주시기도 합니다.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교육은 절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닙니다. 이를 온몸으로 증명해주는 분들을 보며 마퇴본부의 존재 이유를 되새깁니다.
마퇴본부의 활동 방향과 2022년 계획이 궁금합니다.
마약류는 일단 발을 디디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전문 강사진 육성과 함께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해 보급하려고 합니다. 마약류 중독자 상담과 교육, 재활에 있어서도 전문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보통의 일반 시민이 마약류 문제와 맞닥뜨릴 때 상담할 곳은 마퇴본부밖에 없습니다. 마퇴본부는 마약류 중독자를 정상인으로 회복시킬 안전망입니다. 절대로 뒤에 숨지 말고 저희에게는 마음을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2022년에도 예방 활동과 중독 상담, 재범 방지, 재활 등 입체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에 마약류 사범이 더는 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