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잘못된 선택 -오 세 필

  • 조회수 4123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얼마나 못난 인생을 지금껏 살아 왔는가?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호기심으로 마약을 접하다.
어느 조그마한 시골에서 부유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유복하고 행복한 집에서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사범학교를 나오셔서 학교 교사를 하셨다. 어린 시절 3대 독자로 태어나서 그런지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맑게 자랐다. 초등학교 때에는 꽤나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들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점점 방황하면서 비뚤어져갔다.
내 나이 19살, 정말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마약이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평생을 마약중독자라는 말을 들으면서 살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도 해보지 못했다.
처음 마약을 접할 때 정말로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처음부터 손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게 되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는 떠 올리면 내 몸에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소름끼치고 떨린다.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후 21살 나이에 몸무게가 42kg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고, 다른 20대 초반의 사람들에 비해 사고력 판단력 등 정신분야의 모든 것이 뒤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나를 마약의 늪에서 구제해준 것이 군(보충역) 입대였다.

단약을 하고자 하는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다.
18개월의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었다. 그러나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던 그 날, 또 그 무서운 마약이 나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 나는 다시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은 또 빠지게 되었다. 그렇게 6, 7년을 보냈다. 28살이 되던 해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면서 마약을 끊기로 결심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첫 아이를 가졌을 무렵,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었다. 다시 마약을 손대었다. 아내는 처음에는 내가 왜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어두운 곳으로만 찾아다니는지 몰랐지만 차차 사실을 알게 된 후,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아내는 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때에는 너무도 행복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고 했다. 나는 아내의 크나 큰 사랑의 힘을 얻어 다시 바른 생활을 하게 되었다.
둘째를 낳은 후, 금전적 고통 속에서 돌파구를 찾은 것이 또 마약이었다. 그러나 마약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잊거나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었다. 금전적인 고통이 더 따르고 마약을 하고 난 직후부터 괴로움은 더 커져만 갔다. 괴로울 때 마약을 찾은 것은 내 자신으로부터 사회로부터 회피하려고 하는 하나의 방편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 큰 고통과 아픔만을 안겨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큰 결심을 한 듯, 나를 조용히 불렀다.
“당신이라는 사람과 더 이상 이런 고통을 받으며 이젠 살기 싫어. 우리 헤어져.”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내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말했다.
“여보. 지금까지 마약을 하는 내 모습이 진정한 내 모습은 아니잖아. 나 약 끊고 이젠 멋지게 한 번 살아볼게. 믿어주라.”
아내는 잠시 침묵한 채로 내 두 눈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보면서 말했다.
“여보, 정말로 진정한 당신의 모습으로 돌아와. 사랑해.”하면서 꼭 안아 주었다.
난 그 순간 너무도 가슴이 벅차올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엉엉 큰소리로 울었다.
시간이 흐르고 셋째를 가진 채 시골에서 모든 것을 정리한 다음 서울이라는 낯선 곳에 정착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 서울에서 6년 동안 일에 몰두하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열심히 살고 있을 무렵, 또다시 마약이 나를 찾아왔다.
1년 정도 아내 모르게 했다. 아내가 알면서 싸움이 잦아졌다. 우리 큰 아이가 울면서 나에게 말했다.
“아빠. 나도 이젠 알 것 다 알아. 아빠 우리 이제 그만 좀 힘들게 하면 안 돼!”
난 그 소리를 듣고 온 몸에서 힘이 쫙 빠지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가슴이 아프다는 말, 난 그 때 정말, 한 쪽 가슴이 쪼개지는 듯한 아픔을 겪었다.
이래선 안 되겠구나. 내게 큰 변화가 일어나야지 하는 생각에 단약을 결심하고 수소문을 한 끝에 송천재활센터에 입소하였다.
아내만 알고, 애들에게는 중국으로 출장 간다고 말을 한 다음에 입소하여 나의 인생에 변화를 주었다. 나는 비록 송천재활센터에서 25일이라는 짧은 기간밖에 있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내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수 없이 되새겼다. 또한 그곳에서 교회를 알았다. 하나님에게 기도하며 내 자신을 맡겨본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희망을 주신 전도사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신 분이다. 영원한 어둠 속에서 헤어날 수 있게 용기를 주신 그 분을 위해서라도 바른 길을 걸어가겠다.

2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마약을 처음 접하던 그 순간을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그 때를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 왜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가? 내 자신처럼 마약을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그 어떤 고통과 그 어떤 아픔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마약이고, 그 마약을 하는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처음 마약을 접했던 그 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고통과 괴로움이 시작되었다. 가족과 친척들이 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도 하고 안타까워했지만, 나 자신은 정작 마약의 그 깊고 깊은 곳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아니 빠져나와보려고 발버둥도 쳐보았지만 마약이라는 늪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러한 상태임에도 나는 어느 누구든지 그들 앞에서 자신 있게 큰소리쳤다.
“나 스스로 언제든지 혼자서 하지 않을 수 있고 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항상 내 자신에 대한 교만함과 모순덩어리 그 자체였다.

세상은 냉정했다.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나처럼 이런 인생을 사는 이에게 같은 아픔을 가진 자는 위로해주고 안아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우리들을 비판하고 손가락질하며 멀리 피하려고 하는 게 현실이었다.
나는 같은 인격체를 가진 인간이지만, 수많은 비판과 수많은 손가락질을 당하는 아픔을 겪으며 살아왔다. 이것이 내 자신에게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 사회에서 우리는 암과 같은 존재가 아닌가. 부끄럽다. 창피하다. 세상을 등지고 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하며 몸부림쳐 보았다. 1년, 2년, 5년을 단약해보았다가 무너졌다가를 반복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나에게 25년은 70-80년의 인생을 경험한 분들보다도 더 많은 고통과 아픔이 존재할 것이다.

이젠 그만, 제발 그만 좀 하자는 생각을 머릿속에 새기고 또 새기면서 살았다. 하지만 내 모습은 어떠했는가? 처참했다. 보이는 더러운 내 모습과 보이지 않는 머릿속의 더러운 생각.. 온통 그런 모순된 생활 속에 살아왔지 않는가? 가족들에게 씻지 못할 만큼 큰 아픔을 주었고 내 자신에게도 그리고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도 좌절을 안겨주었다.
이런 수많은 고통과 아픔 속에서 살면서도 제대로 된 인생을 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생각을 하면서 바른 길을 가보려고 바른 길을 걸어보고자 노력 또 노력을 하고 있다.
좋은 날들이 나에게도 반드시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이젠 마지막으로 나의 인생을 걸었다. 여기에서 무너지면 나란 존재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조심조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본다.

내 자신처럼 이런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나처럼 이런 인생을 사는 분들에게는 이젠 끝이 아니라는 말을, 이젠 시작이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이 글을 쓴다는 것조차 내 자신이 부끄럽지만 나와 같은 제2의 제3의 사람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솔직한 심정을 담아 보았다.
수많은 중독자들과 한마음 한뜻이 되어 좋은 세상을 마약 없는 그런 세상을 걸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까지 마약을 접하지 못한 이는 이 글을 읽으면서 얼마나 마약이 무서운가하는 경각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45년의 인생을 살면서 아내와 가족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폐인이 되었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나는 너무도 감사한다. 우리 아내에게. 너무나 큰 빚을 아내와 자식에게 졌다. 내 평생을 살면서 꼭 이 빚을 갚으리라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단약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나를 믿어주는 내 아내와 가족들.... 이런 가족이 있기에 나는 외쳐본다.
“나는 중독자다. 하지만 벗어나고 싶다. 이젠 교만과 모순이 아닌 참된 삶과 진정한 마음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마지막으로
중독자 여러분, 현 사회에서 우리 모두 단약,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다 같이 힘차게, 파이팅 외치며 단약의 길로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