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굴레는 질기고 질겼다. - 강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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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가 인생을 바꾸어 놓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이때만 해도 젊은 사업가로 한창 바쁜 생활을 하고 있어 마약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고스톱 한번 치러가자는 제의에 나는 술김에 쾌히 승낙하고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나는 술이 취해 친구가 놀고 있는 등 뒤에서 졸고 있었는데 웬 아리따운 아가씨가“아저씨, 뒷전에 앉아있지 말고 저하고 술이나 한잔 하시죠?”하는 말에 나는 쾌히 승낙하고 술집으로 따라갔습니다. 둘이서 몇 시간 동안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모두 만취하게 되었습니다. 그 술자리가 내 인생을 뒤바꾸어 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이 일어나다.

   우리 둘은 만취한 채로 술집에서 나와, 나는 집으로 가자고 제의를 하였고 차를 직접 운전하려고 했습니다.(그 당시는 음주단속을 심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가씨가 나한테“아저씨, 술 깨는 약인데”하면서 흰 종이에 담긴 가루약을 주어서 먹으니 정말로 술이 확 깨어서 정신이 맑아졌습니다. “아저씨 어때요. 술이 확 깨지 않나요?”나는 고개를 끄덕이며“정말이네”하고는 술도 깨고 정신도 맑은데 어디 바닷가로 드라이브나 하지하면서 바닷가로 차를 몰았습니다.

   아가씨는 나의 말에 너무 쉽게 승낙하였고, 운전하고 가면서도 그때 내가 이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흥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옆으로 보이는 아가씨의 모습은 꼭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았으며 얼마나 예쁜지 그 당시에는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호텔로 들어갔으며 정말 부부라 할 정도로 아무 부끄러움 없이 첫날밤을 황홀하게 보냈습니다.

   너무나도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처음에는 아가씨 얼굴보기가 미안했지만 이런 나의 행동을 알아차린 그녀가“아저씨 괜찮아요.” “제가 아저씨 좋은걸…”하면서 서로 사귀자고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자주 만났습니다. 이젠 서로 오빠 동생(월아)하면서 하루라도 안보면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까지 되었습니다.

마약의 구렁텅이로 빠져들다.

   그때부터 나는 월아와 함께 점점 마약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게 되었고 내 가정과 가족하고는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어쩌다 만난 인연치고는 너무나 좋았고 월아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가끔 한 번씩 마약을 하였으나 점점 횟수가 늘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약을 하고 둘이 즐기게 되었습니다.

   내 가정은 뒷전이었고 나는 월아와 함께 설악산이나 제주도나 경치가 좋은 곳은 모두 찾아다니면서 매일 마약을 하며 환락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너무나도 그 여자가 좋았으며 마약도 역시 너무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순간의 즐거움도 잠시, 우리는 누군가의 신고로 마약단속반에 체포되어 􄤨􄤨지검에 수감되었습니다. 이 수감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았고 깨달았습니다. 그 때가 나에게 가장 어려운 생활이라 할 수가 있었지요.

헤어짐과 고통 그리고 마약과 싸우다.

   그 당시 그 여자와 헤어지면서 얼마나 마음의 고통이 있었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그 여자와 헤어지고 나서 마약을 끊기로 마음먹고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요즘과 같이 병원에서 마약치료를 해주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고통에서 해방되었을 텐데, 아주 긴 세월을 마약하고 싸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내 가정으로 돌아왔고 정신을 차려 10여 년 동안 마약을 잊고 사업에 열중하면서 착실하게 가정만 생각하고 살아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마약을 다시 하지 않은 것이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마약은 인내심과 의지력이 없다면 끊기가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나라에서 마약투약자들을 구속 보다는 병원에서 치료시켜주면 더 빨리 쉽게 마약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든 탑이 무너지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오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 옛날 마약을 하던 그 시절이 가끔씩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으며 정말로 마약이라는 존재가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옛날에 알았던 후배를 만난 것이 또 화근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선배님 좋은 약이 있는데 한번 해보실래요?”하면서 내놓은 마약을 보고 나는 또 다시 나의 인내심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마약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무너졌습니다.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정말로 이토록 힘든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지금 또 다시 구속되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후회하고 또 반성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너무도 미울 뿐입니다.

지금도 내 자신과 싸우고 있다.

   이제 두 번 다시 마약을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서 오늘도 내 자신과 싸우고 있습니다. 다시는 마약 때문에 내 인생이 불행하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말은 나의 작은 소망이 기도 합니다. 이 수기가 내가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된 동기와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내 자신과 나와 같이 고통을 겪고 있는 나의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2007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2"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