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중독을 알고 - 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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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이렇게 글을 쓰려 해도 할 말이 없다. 그저 과거에 대한 고통과 후회의 연속일 뿐 무엇 하나 똑바로 된 것 없는 그때의 모습, 그것은 바로 약물중독자라는 꼬리표가 붙게 된 때부터였다. 지난 10여년의 세월을 약물중독으로 고생을 했는지 아니면 반항을 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반항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처음으로 약물을 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 알게 된 친구들을 통해서 였다. 약물을 시작한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를 그만두었거나 학교나 사회에 문제가 잦았던 친구들이었고 이 친구들과의 만남이 곧 약물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된거 같다. 처음에는 그 친구들의 본드 흡입에 많은 거부감을 표시했다. 친구들의 본드 흡입을 못하게 했던 내가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나니 결국 나도 본드를 흡입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철물점을 찾아가 본드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군 입대 하기전 본드흡입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었다. 그리고 군 제대 후 40여일 만에 다시 본드에 손을 대어 징역을 살게 되었다. 처음엔 정말 억울하기만 했다. 왜 이것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많은 반문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 나는 쉽게 끊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처벌을 받으면서 그만 둘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행동이 따라주지 않았다. 징역을 살고 출소한 뒤 약물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영문에 다시는 안 걸리면 되지 하면서 다시 약물을 사용했다. 눈이 풀리고, 몸은 쑤시고 아프고, 밥도 못 먹고, 일도 못하고, 모든 것이 불행의 골짜기로만 추락했다. 그리고‘또 구속이되면 이젠 정말 하지 말아야지’하면서 또 그것을 망각하고 또 시작하는 것이 약물이었다. 대부분의 문제는 한심하고, 무력한 자신이 싫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부수고 파괴하는 일임이 분명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끊을 수 없는 괴물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을까를 고민도 했다. 나 스스로 끊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병원치료를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고 마지막이란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목표를 만들어 가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찾아보기도 했다. 다섯 번째 징역을 살 때, 고민 끝에 치료감호소로 보내줄 것을 담당 판사에게 간곡히 부탁하여 치료감호소에 가게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또한 그곳 환 자들과도 휩쓸리지도 않았고 직원들과도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오직 단약만이 내 삶의 목표였고 그것이 전부였다. 잡념이 생길 때면 책을 많이 보았다. 주로 읽던 책들이 인도 철학자들의 고행과 깨달음에 관련된 책이었고, 사상가들의 비평과 관련된 서적도 읽었다. 나는 조금씩 변화되었다. 이제 내가 이 세상과 타협하지 못한 점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곳 치료진들에게서 사랑하는 마음과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이 교도소와 다른 환경이었다.모든 것을 잘했던 못했던 책임질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속에서 단약은 시작되는 것이라 보여진다. 나는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고 그 동안에 내모습이 얼마나 나약했고 미약한 사람인지를 알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정말로 세상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인간으로 산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내 자신을 일깨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은 될 수 없어도 나 자신을 돕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과 별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마저도 나 스스로를 포기하는 삶이 이 땅에 존재함을 비로서 나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치료감호소를 퇴소하고 마약과 약물의 유혹을 견디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던 것도 많이 극복되었고 정상적인 사람들과의 타협도 잘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제 꿈이 있다면 약물상담사가 되어 마약과 약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약물에 유혹되지 않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의 노력만이 단약을 위한 우리의 목표라 생각한다. 이제 마약은 끊는 것이 아니라 마약이 없는 환경으로의 전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2006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 에서 발췌> ‘단약’, 그것으로 최초의 불행을 최고의 행복으로 이끄는 선 각자가 될 것임을 나는 믿고 싶다. <2006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