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본드 때문에 제 남편을 구속시켜야 했습니다... 지금도 왜 이렇게 되어야만 했는지... 정말 제 판단이 옳았던 것인지... 확신조차 들지 않습니다.... 제 남편은 2남 2녀 중 막내였습니다. 어릴 땐 가정 형편도 좋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알고있습니다. 남편이 12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급격히 집안이 기울어 (아버지께서 집을 판 돈을 친구에게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기 때문에...) 혼자되신 어머니 (지금 제 시어머니십니다.)께서 자녀 넷을 돌보며 어렵게 사셨습니다. 항상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가난에 찌들어 살던 시절을 보내던 제 남편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탈선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술,담배를 하던 중 우연히 본드를 시작하게 된겁니다. 약물의 사용 동기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싫어서였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말에 학교를 자퇴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유흥가를 전전하며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결국 본드에 취한 상태로 상가에서 행패를 부려 교도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1년 반 동안 교도소 생활을 하고... 정말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취직을 하고 정신없이 직장과 집만을 오가기 시작한 것이 21살 때였습니다. 집과 직장..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으니 변변한 직장이나 있었겠습니까... 봉제공장의 시다로 일하며 몇 개월을 보내면서 허전함을 느낀 남편은 어느날 일하며 공부할 수 있다는 '야학'의 광고를 보고 찾아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았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마치고, 방송대에 입학하고.... 자신이 공부하던 야학의 교사로서 자신과 같이 공부할 기회를 놓쳤던 사람들과 함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남편을 만난것도 이 야학이었습니다. 저 역시 별로 행복한 가정에서 살지 못해서... 아버지는 제가 중학고 2학년일 때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가정을 버리고 나갔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다시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는 모습이 너무 미워서 가출을 했고 기숙사가 달린 공장에서 6개월쯤 일하던 중 같이 일하던 언니를 따라서 갔던 야학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입니다. 제가 열 아홉살이고 남편은 스물 여섯살... 정말 어른들이 보면 어리고 철없다고 할 나이였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기에 우리 스스로는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음해에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고 겨우 반지만 교환하는 것이었지만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결혼 후 일년쯤 지나서 남편이 다시 본드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동안이나 손대지 않았었기에 완전히 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결혼하기 전에 남편이 어릴적 이야기를 해줬기 때문에 본드를 했었다든지, 교도소에 다녀왔다든지 모두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 앞에서 본드를 하는 것을 보니 막막했습니다. 어쩔 줄 모르고 울기만 하던 내게 미안하다며, 다시는 안하겠다며 어머니께는 말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남편의 말에 뭐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후 아이도 생기고 남편도 차츰 본드를 잊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직장에서 받는 월급도 적고 전망도 없다고 생각한 남편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맞벌이를 하고 있었고,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6개월 동안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제가 받는 월급과 실업급여로 큰 어려움 없이 가계를 꾸려나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오랜기간동안 가계를 제게 맞기고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시험준비를 하던 남편이 다시 본드를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시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다시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일이 안 되려는지... 결국 시험도 1,2차 시험 중 1차만 합격되고 2차는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괜찮다고, 다음에 다시 하면 된다고 위로해도 남편은 너무나 크게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가장으로서 무책임한 짓을 했다고.... 죄책감을 느낄 때마다 다시 본드를 하고, 본드를 하면 더 큰 죄책감에 빠지고... 악순환의 계속이었습니다.... 결국 작년 초부터 그 본드 때문에... 정상적인 직장생활도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 남편은 회사에 들어가도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길 수 차례 거듭하게 되었고 적은 월급으로 어렵게 집안살림을 꾸려나가던 저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을 즈음, 제가 회사일로 집안일을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크게 싸우고 말았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 나아질 것 같아 회사에 사표를 내고 송별회를 하던 날...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또... 본드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제가 다니던 회사의 사장이 술김에 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남자가 무능해서 여자가 일다니는 꼴을 못본다'는둥 주정을 부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남편과 사장도 형님, 동생하던 정도로 친한 사이였었는데 이 일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만 것이죠... 이유를 모른체 저는 남편에게 더이상 못 참겠다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나와버렸습니다. 마침 여름이었기에 자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집 근처 아파트 공원에서 정말 울면서 밤을 새우고, 간신히 진정해서 집에 돌아왔지만.... 남편의 후배가 집에 우연히 들렀다가 본드에 취해 집안 살림을 다 부숴놓은 걸 보고 지갑이며 핸드폰을 뒤져 저희 시댁에 연락을 해서 시어머님과 시누이들이 와있었습니다. 그래도 '니가 참아라... 쟤(남편)가 환자아니냐'.하며 설득해서 이혼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만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이때 남편을 치료기관에 보냈더라면... 지금 후회해도 소용은 없지만... 구속까지 시키지 않아도 되었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큰 소동이 일어난 후 남편은 다시 마음을 잡고 일을 다시 시작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저도, 남편도... 본드중독을 너무 얕보고 있었던 겁니다... 마음만 굳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남편이 다니던 직장에는 작업자재중에 항상 본드가 있었던 것입니다... 당장 다른 업종에 취직하자니 월급이 너무 적어 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전에 다니던 같은 직종에 취직을 한 것이 다시 남편을 본드의 유혹에 빠뜨리고 만 것입니다... 작년 7월부터 남편은 변변히 직장생활을 하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본드를 흡입하는걸 직장 동료가 보게되어 그만두는 일도 생겼습니다. 남편이 본드를 끊을 수 있을거라 믿던 저도 그 믿음을 포기하고, 병원치료를 권해보기도 했지만... 경제적인 부담은 어떻게 하겠냐고 남편은 극구 거부했습니다. 그것이 결국은... 바로 어제 제가.... 제 손으로 ....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남편을 구속까지 하게 만드는... 결과를 불렀습니다... 시댁 식구들의 원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더러 지독하다고...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경찰을 부르느냐고... 전에 남편이 집안을 부숴놓은 걸 보고 당장 교도소라도 보내야된다고 소리지르던 시누이들이 저를 원망하더군요... 어제 경찰서에서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고맙다고... 진작에 이렇게 했더라면... 빨리 끊을 수 있었을텐데... 오래 마음고생시켜 미안하다고... 오늘 경찰서 유치장에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남편은 오로지 저와 딸아이 걱정뿐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본 경찰서의 유치장, 면회장이란 곳이 너무도 낯설었습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 두꺼운 두겹의 유리판... 그 너머로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내가 잘못판단한 것이 아닌가... 꼭 이렇게 해야만 했었나.... 지금도.... 확신이 없습니다... 남편은 내일 교도소로 가게된다고 합니다... 재범이기때문에... 집행유예를 받은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본드흡입의 경우 최고 3년까지 형을 살 수 있다고... 정말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악몽을 꾸는거라고...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예전에 행복한 우리집이 되있을거라고... 여기 올려진 글을 보실분들... 주변에 본드나 니스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청소년이라면 친구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부디 끊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겨우 접착제로나 쓰는 본드 때문에... 이렇게 인생이, 가정이 무너져갑니다... 한때의 호기심과,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한 본드가... 이런 결과를 만듭니다... 부디... 더이상 마약이든, 본드든, 알콜이든... 약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