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7. Winter, 2017

 

  마약퇴치를 말하다 _ 권두언

2018년 무술년 새해, 더 큰 도약 위해 긴장의 끈 조여야
이경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거문고가 특유의 웅장하고 그윽한 소리를 내려면 연주가의 솜씨만큼이나 악기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마퇴본부도 올 한해를 마약류 문제에 대해 느슨해진 우리 국민의 인식 전환을 꾀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해로 삼겠습니다.

 

대학 교수가 선정한 2017년의 사자성어 1위는 ‘그릇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촉발한 촛불 민심과 대통령 탄핵 등 어지러웠던 대한민국을 잘 드러낸 사자성어였습니다. 파사현정 다음으론 ‘해현경장(解弦更張)’이 꼽혔습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거나 사회적ᆞ정치적으로 개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현경장은 다가올 새해에 우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가 새겨야 할 사자성어로도 적합해 보입니다. 2018년은 마약퇴치의 날 법정기념일 시행 첫해로, 지난 사반세기 동안의 마퇴본부 활동을 점검하고 긴장의 끈을 조여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중요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마약류 중독 문제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따금씩 불거지는 유력 정치인의 자제나 유명 연예인의 마약 투약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불법마약류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공급망을 타고 우리 주변까지 파고들었습니다. 가정주부ᆞ직장인ᆞ학생 등 평범한 일반인의 신체와 정신을 갉아먹는 무서운 형태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제 마약은 일부 중독자 집단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문제가 됐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은 경제발전 정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러 환각ᆞ환락을 쫓는 사람의 수가 급증하는 위험한 시기에 맞물려 있습니다. 더불어 북중 접경지역에서의 마약 밀매 성행, 젊은층의 극심한 취업난 등 온갖 악조건 속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마약퇴치의 날 법정기념일 시행 첫해를 기점으로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네트워크와 조직의 힘을 최대한 동원해 국내 마약 정책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사안의 막중함에 비춰 보았을 때 2017년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겐 도전의 한 해였습니다. 현재의 여건 하에선 마퇴본부의 의욕과 열정을 온전히 풀어내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마퇴본부가 가진 태생적 한계는 적잖은 장애물로 작용했습니다. 국내에서 마약을 전담하는 기관은 마퇴본부가 유일하지만, 독자적 기구로 분리되지 못한 탓에 국가의 정책적ᆞ재정적 지원은 늘 기대를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불법마약류 예방ᆞ치료 사업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해 국가의 다른 중대한 사안에 밀리기 일쑤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다가올 2018년이 마퇴본부의 새로운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마퇴본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전에 없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본부는 물론 모든 지부가 합심해야 할 것입니다.

 

거문고가 특유의 웅장하고 그윽한 소리를 내려면 연주가의 솜씨만큼이나 악기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낡고 느슨해진 줄을 제때 바꿔주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연주가도 제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마퇴본부도 올 한해를 마약류 문제에 대해 느슨해진 우리 국민의 인식 전환을 꾀하고 더 큰 도약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해로 삼겠습니다. 마약퇴치의 날 법정기념일 시행 첫해를 기점으로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네트워크와 조직의 힘을 최대한 동원해 국내 마약 정책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무술년(戊戌年) 새해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도, 여러분의 가정에도 더 큰 행운과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2017.12

이경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