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5. Summer, 2017

 

  마약퇴치를 말하다 _ 권두언

“제31회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이경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마약 없는 깨끗한 한반도를 물려주기 위해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앞장서겠습니다”

제31회 ‘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울러 오랜 시간 우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의 성장에 기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특히 마약퇴치를 위해 남다른 헌신을 해 이번 기념식에서 훈ㆍ포장을 비롯한 각종 표창ㆍ마그미상을 수상하신 수상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시다시피 불법 마약류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각종 범죄를 조장하며 인류의 건강ㆍ복지ㆍ안전을 위협합니다. 개인의 인생은 물론 가족과 지역사회를 붕괴시켜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합니다.

마약 문제는 더 이상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국(UNODC)의 ‘2017 세계마약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성인(15~65세) 2천950만명(0.6%)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은 마약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비교적 불법마약류 관리를 잘해왔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한 철저한 의료용 마약류 관리와 검찰청ㆍ경찰청ㆍ관세청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불법마약류 단속이 주효했기 때문입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아편전쟁과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확산됐던 아편중독자로 인한 고통의 생생한 경험이 불법마약류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이상 과거의 성공에만 만족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최근 SNS 등을 통한 불법마약류로의 접근이 용이해지고 유입경로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에는 얼마나 많은 마약류 중독자가 있는지 추정 통계조차 없습니다. 검찰이나 경찰의 단속 건수에만 의존해 마약류 정책의 성과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에선 시대상황의 빠른 변화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마약류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마약류 중독자 수를 감축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재활을 통해 사회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마약류 중독자는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이기도 합니다.

마약류 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마약류 중독자 수를 감축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재활을 통해 사회로 복귀시켜야 합니다. 마약류 중독자는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이기도 합니다. 치료 재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대검에선 형사처벌에 앞서 교육조건부(치료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통해 재활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법무부도 실형 선고를 받은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재활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내 마약류 정책의 변화는 상당히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약류 중독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선 보다 더 광범위한 단속 정책ㆍ치료 재활 정책뿐만 아니라 수십만명으로 추정되는 잠재 중독자들을 치료ㆍ재활의 길로 인도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건강한 시민들이 중독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예방 교육 확대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초ㆍ중ㆍ고교생을 대상으로 마약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잘 된 일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범죄 양상을 볼 때 앞으로 여성가족부ㆍ문화체육부ㆍ국토교통부ㆍ고용노동부 등과의 협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교육을 담당할 전문 능력을 갖춘 예방상담사 등을 배출해 내는 것도 당면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기존의 불법마약류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구체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선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때에 따라선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생각지 못한 여러 어려움이 동반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일들이 잘 풀려나가리란 낙관적 기대를 해봅니다. 불법마약류 정책을 총괄하시는 식약처장님, 국회 보건복지위 양승조 위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국회의원님들, 마약류 범죄 단속을 총괄하시는 대검 박민표 강력부장님 등 이번 ‘세계 마약퇴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주신 많은 분들께서 힘을 보태어 주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마약퇴치의 날’의 의의를 되새겨 볼 때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터 잡고 살아온 수천 년 역사의 한반도가 불법마약류에 찌들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이 땅은 우리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아들ㆍ딸들이 살아가야 할 곳입니다.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백두에서 한라까지 마약 없는 금수강산’, ‘백두에서 한라까지 마약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6월 26일 유엔에서 정한 ‘세계 마약퇴치의 날’을 국가 법정기념일 기리게 되었습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임직원을 비롯해 마약퇴치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새로운 출발의 과제를 제시한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약퇴치운동본부의 활동에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06.26

이경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