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 인생 성공기 -고 아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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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함부로 내뱉기도 섬뜩한 단어다. 영화에서나 들어봄직한 이 단어가 우리 가족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저리다.
범죄자 혹은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에게나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 일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언니의 인생에 접근했다.

행복한 가정생활, 그리고 사업실패
일찍 결혼을 한 탓인지 나이보다 훨씬 더 성숙하다고 생각했던 언니는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어머니의 삶을 시작했다. 마냥 행복하게만 보였던 그녀의 삶에 어둠이 드리울 줄은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둘째 아이를 낳은 후 산후우울증인지 말수가 부쩍 줄어든 언니를 걱정하긴 했지만 그렇게 상태가 심각한지를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부모님과의 갈등,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편과의 세대차로 인한 괴리감 등 가정생활에 문제가 좀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천성이 워낙 밝고 활발한 사람이라 긍정적이고 웃음을 잃지 않던 그녀에게 그깟 문제들은 스쳐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보내주겠다는 시어머니의 약속 하나에 큰 희망을 품고 시작한 결혼생활이었는데 막상 아이들이 태어나고 집안 살림을 배우다 보니 학업의 꿈은 가슴에만 품어야 했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말재주가 좋았던 언니는 정수기회사 코디로, 화장품 판매 사원으로 자신만의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영업 실적이 뛰어난 언니는 금방 승진하고 해외연수도 갈만큼 직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작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회사가 커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자 집안일에 소홀해졌고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비즈니스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의료기 회사를 빙자한 다단계에 걸려들게 되어 큰 사업적인 손해를 입게 된다. 사업에 실패하고 사람들에게 쫓겨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정도 깨어지고 물질적으로 큰 투자를 했던 시댁과의 관계도 깨어지게 된다.

마약전과자와의 만남과 처벌
그 남자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짐작해 보건데 사업실패와 가정불화 등 힘든 상황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남자가 큰 위로가 되었던 듯하다.
아무튼 그 남자와의 만남으로 인생의 나락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겪게 된다.
그 남자는 마약 전과가 10범 이상이나 된다. 소위 말하는 별이 여러 개인데다가 마약 중독자, 밀매자, 사기꾼까지 범죄도 다양하다. 어쩌다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인지는 모르나 말재주가 뛰어나고 깔끔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었겠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
아무튼 언니는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이제야 미친 사랑에 빠졌었다고 웃어넘기는 언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좀 더 일찍 관계를 알아차리고 말리지 못한 내 자신과 가족들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며 가슴아파한다.
그렇게 언니는 그 남자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고 사랑한다며 결혼까지 결심하는 듯 보였다. 한 밤중에 전화를 받은 기억이 난다. ◯◯경찰서의 모 형사라고 하는데 잠결에 여러 번 확인했다. 경찰이라니, 세상에 법 없어도 살았던 우리 가족에겐 가슴이 철렁 떨어지는 일이었다. 언니가 경찰서에 약물남용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 남자와 함께...
그 남자가 전과자라 자연스럽게 언니에게 접근하고 약을 먹인 것이 아니냐는 경찰들의 말에 언니는 남자를 변호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죄가 자기에게 있다고 남자를 놓아주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언니는 초범이고 남자는 전과가 있어 자기가 덮어쓰겠다는 심산이었다. 경찰들도 너무 안타까워하며 언니가 협박을 당한 것은 아닌지 어리석은 판단에 충고도 하며 어르기도 했지만 그렇게 언니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인생조차 버리려고 하였다. 그렇게 구치소로 들어가게 되었다. 철창살 사이로 죄수복을 입은 언니를 보고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 남자에게 속고 있다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죄를 회개하고 그 남자와의 관계도 정리하라고... 그 남자와 함께라면 실형도 살겠다며 웃는 언니를 보며 약 때문이지 약을 준 그 남자 때문인지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언니가 너무 미웠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눈물로 밤을 세웠다. 우리는 밤낮으로 기도하며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눈물로 판사님께 편지를 써 나갔다. 어머니의 탄원서 덕분인지 기적처럼 언니는 실형을 면할 수 있었고 벌금형과 가벼운 징계로 풀려나게 되었다.

마약중독자들의 지속적인 유혹과 올가미
그 후에도 언니는 힘들어 보였다. 끊임없이 오는 그 남자의 편지와 구치소에서 알게 된 나쁜 언니들의 방문도 우리를 힘들게 했다.
얼마 전엔 구치소에서 알던 언니가 신분을 가장하여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오랜 마약중독으로 구치소를 왔다 갔다 했고 몇 달 전 사회로 나온 후에도 계속 그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아주 예쁜 얼굴인데 약 때문인지 피부는 쳐지고 늙어 보였다. 경찰이 자신을 쫒아 다니는 듯 하다며 항상 불안해하고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누가 자기를 신고하지는 않을까, 집이 노출되지는 않을까 하고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언니가 아직도 약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언니의 이름을 경찰에게 넘기고 감형을 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주려고 했는데 아직도 이용하려고만 하는 그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새로운 시작
학문에 열정을 품고 교수가 꿈이던 언니는 가족들의 기도와 나의 물질적인 도움으로 대학교를 다시 다니게 되었다. 자기처럼 어려움에 있는 청소년들을 도와주고 싶다며 청소년 지도사로 공부하는 언니는 최근 직장도 얻게 되었다.
몸도 아프고 어려운 시간이 많았지만 이제 완전히 약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 가며 자신을 다독이고 있는 우리 언니가 너무 자랑스럽다. 무엇보다 어려움과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청소년에게 살아있는 충고와 선생으로 지도한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하다.

가족들의 관심 확대 및 실천
마약중독자라고 하면 무슨 정신병자나 괴물처럼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이고 상종하지 못할 종족으로 생각했던 나의 마음도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랑의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과의 깊은 관계를 지속하긴 힘들며, 나쁜 길로 끌어들일 수 있는 그들에게 연민은 느끼나 거리는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언니를 통해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과 친교를 가지기 시작했다. 죄인들을 정규적으로 방문하여 기도하고 책을 넣어주고 어머니는 한 살인자였던 죄인과 꾸준히 편지를 나누며 격려하고 있다.
마약은 나쁜 것이다 약물은 우리의 사상과 감정, 이성까지도 상실하게 만든다. 마약중독자들은 그 생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현실이 아닌 환상 속에서 살며 그 속에서 방황한다. 그들이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위험한 상황과 요소들을 없애주기를 바란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시민들이 의도하지 않게 약을 탄 음료수를 마시게 된다거나 타인에 의해 불행한 인생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오늘도 바란다.
인생의 나락으로 치달을 뻔 했던 우리 언니가 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
마약중독자나 죄인들을 인간이하로 취급하며 선입견을 가지고 대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한 사람의 인격체로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이 모든 역경을 통해 더욱더 가까워지고 친밀하게 된 우리 가족과 한 사람의 엄마와 직장인으로 열심히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 언니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