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고 값진 큰 보물은 가족 - 이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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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격리된 채 지난날의 과오를 돌이키며 담 안의 생활을 한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세상에 대한 불평과 부도덕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구치소 친구를 통해 마약을 접하다. 이곳에서도 나는 다른 수형자와 다르게 왼쪽 가슴엔 파란 번호표가 붙어있습니다. 마약(필로폰)의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진 이탈된 삶을 살아온 결과의 징표이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온갖 범죄를 일삼으면서 소년원과 교도소를 전전하며 살아오다 한 구치소에서 알게 되어 한 거실에서 생활하던 친구를 통해 마약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또래라는 이유로 많은 정을 나누었던 친구. 출소 뒤 그 친구와의 만남. 그 첫 만남 때부터 그 친구는 마약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었고 그 친구로 인해 처음 마약을 보게 되었으며 작은 호기심에 친구에게 나도 해보자는 말을 하였습니다. 투명한 비닐봉투안의 마약을 주사기에 담아 능숙하게 다루던 그 친구의 모습은 제겐 마냥 신기하고 대견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중독성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반의 심정으로 친구에게 왼팔을 내밀었고 따끔한 통증과 함께 머리털이 경직되며 온 몸에 퍼지는 짜릿함, 그리고 공중으로 몸이 솟구치며 사지가 없는 것처럼 몸은 가벼워지고 밤 도시의 네온 빛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광채를 뿜었고, 그 광채의 눈부심에 입에서 탄성만 흘렀습니다. 어둠의 그림자가 제 삶에 가려지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그런 생활로 내 삶은 점점 파탄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약을 투약하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으며 음식 또한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음식은 입안에서 마치 모래알과 같았고 한 가지 일에 빠지면 제 의지와는 다르게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마약은 또 마약을 부르고… 그런 생활을 반복하는 가운데 그 친구가 마약류관리법 위반죄로 구속되면서 나는 마약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상선이 끊기게 되었습니다. 마약 기운이 떨어지면서 3 ~ 4일 동안 잠만 잤습니다. 음식 또한 걸식 들린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심한 몸살에 걸린 것처럼 온 몸이 쑤시고 아팠으며 잠을 자다가도 가위에 눌려 소리치며 잠을 깨기가 일쑤였고 그 괴로움을 견디기 위해선 오로지 마약을 구해야 된다는 생각밖에 서질 않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시작한 사회생활로 주변에 지인들과 선후배가 많았던 내겐 마약을 구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었습니다. 불과 몇 번의 전화통화로 마약을 구할 수가 있었으며 또 다시 마약을 투약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몸은 가벼워졌으며 마약은 내게 정말 신비한 묘약과 같았습니다. 마약거래자가 되다. 또 다른 마약 공급책과 만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나는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하며 마약을 거래하는 현장까지 나섰습니다. 선배들과 마약판매를 일삼았으며 뉴스에서나 보던 마약을 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투약할 수 있었고 투약 량도 어느새 3배가량 늘었습니다. 처음 마약을 가르쳐준 친구보다 능숙하게 마약을 다루게 되었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약 거래현장은 영화에서나 나올 듯 은밀하게 이루어졌으며 그 또한 제겐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마약을 구입하는 사람들 또한 다양하였습니다. 억대의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사업가부터 운전기사, 폭력배, 유흥업소 종업원, 노래방 도우미, 심지어는 일용직 사람들까지. 새벽 시간에도 대구, 부산등지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사람도 있었고 몸이 아파 죽겠다며 외상을 달라는 사람까지, 제가 생각하였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마약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한 무서운 힘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마약은 내 삶을 황폐화시켰다. 이러한 생활로 내 삶은 황폐해 갔습니다. 여자와 숙박업소에서 밤을 지내며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다 집에 들어가면 밤새 게임에 빠져, 시계를 보면 하루가 지나 있었고 식사 또한 하지 않았습니다. 빨갛게 충혈된 두 눈, 급격히 말라버린 몸과 핏기 없이 창백한 얼굴. 낮이건 밤이건 선배들의 전화에 뛰쳐나갔으며, 내가 나간 뒤의 제 방에는 투약하고 던져 놓은 주사기만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보는 가족들은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다시 집에 들어오면 깨끗이 치워져 있던 방, 내 방을 말없이 치워주신 분은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그 사실 또한 구속된 뒤 알게 되었습니다. 마약이 정말 무서운 것은 투약을 일삼는 동안에는 자신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뒤늦은 후회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모든 것을 잃고 난 후로 죄책감에 사람들과의 만남을 기피하게 되니 당연히 대인관계에 금이 가게 되고 투약 량이 늘어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최후엔 죽음을 택하기도 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이 내게 너무도 많은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뒤늦게나마 구속되어 후회하며 살고 있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합니다. 1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약간의 후유증을 빼곤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은 내 자신을 어두운 공간 속에 구속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남은 것은 가족뿐입니다. 무엇보다 제게 소중하고 값진 큰 보물이 가족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긴 세월을 고통 속에서 숨 한번 편히 쉬지 못하신 어머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곳 생활을 마지막으로 삼아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이 되겠습니다. 건강과 가정을 파괴하는 마약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작은 호기심에서 쾌락, 쾌락 뒤엔 반드시 후회와 절망뿐입니다. 마약이 영원히 우리 사회에서 퇴치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2007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2"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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