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 - 연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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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고향은 평안북도 􄤨􄤨입니다.

   2000년대 중반, 평안북도 􄤨􄤨에서 군 생활을 하던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하여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중국으로 탈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무작정 살고보자는 생각에 중국으로 가게 되었는데 몇 달이 지난 후에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중국의 수도 북경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한 사람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후에 알고 보니 북경에서 마약조직을 이끄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서로 도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약밀매와 살인 미수혐의로 구속 되어 재판을 받고 무혐의로 풀려난 이 사람은 새로운 기반을 다지기 위해 새 조력자가 필요했고,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에서 불안한 삶을 살며 앞일을 걱정해야 했던 나는 선택의 여지없이 생존을 위해 이 사람과 손을 잡았습니다.
 
   나는 이 사람으로부터 중국의 마약시장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고 오래전부터 화교친구들과 친분이 있던 나는 이 사람과 함께 단동으로 내려가 북한산 마약, 소위‘얼음’이라고 부르는 히로뽕 200그람을 사가지고 북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이 사람은 전부터 알고 있던 판로를 통해 200그람을 얼마 안 되어 다 팔고 다량의 주문까지 받아왔습니다.

   그 후 몇 번을 더 북경과 단동을 왕복하며 얼음을 운반하던 나는 약을 하면 며칠 동안 잠을 안자도 피로하지가 않다는 소릴 듣고 나도 모르게 조금씩 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약하는 것을 담배피우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어느덧 나의 일부분이 되어갔습니다. 밥상에 앉으면 밥상의 밥알이 다 하얀 히로뽕으로 보였고, 건강했던 나의 몸이 점점 쇠약해졌습니다.
 
   또한 평소 수영을 좋아해 남보다 폐활량이 좋았던 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귀가 멍멍하며 하루가 멀다하게 변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이젠 끊어야지 하면서도 더욱 더 빠져드는 내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난 1년 6월을 넘게 약에 의존하여 정말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가 과다 사용으로 정신을 놓는 일을 옆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를 보면서 이 기회에 약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독한 마음을 먹고 약을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뜻대로 잘 안되었지만 약 생각이 날 때면 먹는 것으로 대신했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이틀, 열흘을 보내면서 약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후 갑자기 약화된 면역력으로 인해 온갖 질병에 노출되어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혹독한 대가를 치른 후에야 비로소 약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마음에 평화를 주고 천국을 보여주는 묘약과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의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고 한 인간을 빠져나올 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백해무익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도 나는 몇 년 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정상이었던 시력은 거의 실명의 상태로 순간에 시각장애인이 되어버렸고, 약해진 면역력으로 인해 온갖 질병과 여름엔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로 인해 지금도 고생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나는 소중한 모든 것을 잃은 지금에 와서야 이렇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늦은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소용없는 법, 건강할 때 자신을 지켜라.”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한 인간의 파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2007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2"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