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병든 개 - 류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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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6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봅니다. 불과 반년전만 해도 내 삶은 고통과 슬픔뿐이었습니다. 술, 담배, 도박, 여자, 세상의 괘락을 얻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끝내 스스로도 마지막이라 여기던 마약까지 손대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약은 악마의 선물이다.

   되는 일 없고 하릴없이 하루하루 아무런 희망도 없이 지내던 어느 날, 마약은 새로운 쾌락의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평온했습니다. 온몸에 전기가 흐르듯 찌릿찌릿 했고 진정 악마의 선물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횟수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과 같지 않았습니다. 점점 불안하고 초조하며 누군가 날 죽이려고 몰래 숨어서 기회만을 엿보는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끝내 무겁게 짓누르는 죄책감으로 그만 자살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필로폰을 다량 투약하면 사람이 죽음에 이른다는 말을 기억하고는 다량 경구 투약하여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난 죽을 줄로만 알았습니다. 너무도 고통스럽더군요. 고통 중에 문득 삶의 집착이 되살아나더군요. 순간, 생각했습니다. 내 과오를 모두 자백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새 삶을 다시 시작하자. 하루를 살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살자.

자수하다.

   경찰서까지 몇 시간을 걸었습니다. 경찰서에 다 와 가는데 한 초등학교 옆 공원에 소주병 깨진 파편이 널려 있더군요. ‘그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구나’싶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으나 그 파편들을 줍고 또 주웠습니다.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의 경솔한 행동에서 무엇을 배우고 익힐 수 있겠는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진정 정성껏 주웠습니다. 작은 것 하나까지도. 그리고 경찰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수원 구치소 나동 􄤨층 􄤨사 􄤨방, 내가 지내던 곳입니다. 나는 매일 아침 5시에 다른 수용자들보다 한 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기도로 하루를 주님께 알렸고 성경을 보며 참다운 삶을 그렸습니다. 88일간의 수용생활은 끝났습니다. 판사께서는 다시는 절망과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무언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너무도 감사했습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나는 지금 술, 담배, 도박, 여자 모든 것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친구와의 만남도 꼭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자제 하면서요. 인간은 언제나 선한 길을 가기보다는 악한 길로 빨리 달려가려하는 습성이 있는 듯싶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지난 날로 되돌리지 않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소망 가득하다.

   어찌 되었건 지금 너무도 행복합니다. 절대 끊을 수 없을 거라던 술과 담배를 끊었고 땀 흘린 노동보다는 적당한 사기성으로 타인의 노력을 갈취하며 살던 내가 땀의 소중함을 알았고 삶의 목적과 소망을 찾았으니까요. 무엇 때문에 살아야 하는지 모르던 때에 절망했습니다. 소망이 없을 때에 좌절했습니다. 지금 삶의 의미를 찾았고 소망으로 가득합니다. 긍정적 사고를 갖고자 노력합니다.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내 안에 긍정의 씨앗이 자라고 있기 때문임을 믿습니다. 주위에서 아직까지 손가락질 하지만 괜찮습니다. 곧 격려자가 되어주실 분들이란 것을 믿으니까요. 나는 노력할 것입니다. 소중한 사람,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도록 오늘도 새벽 기도에 다녀왔습니다.

   하나님은 지으신 사람 그 어느 한 사람도 소중하지 않고 귀하지 않은 자가 없다 하십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여야 합니다. 그로써 이웃 또한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 제게는 많은 날들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 날들을 소중히 여기며 이웃을 사랑하는 데 온힘을 쏟을 것입니다. 이것이 나의 소망이며 스스로 악마의 선물을 거부하는 나의 손사래 질입니다.

마약 사용자는 떠돌이 병든 개.

   마지막으로 마약을 투약했을 때의 느낌입니다. 마치 주인 없는 개가 된 듯 했습니다. 떠돌이 개. 이 개는 온몸에 딱정이가 지고 그 사이로는 피고름이 맺혀 흐릅니다. 누구도 돌보아주지 않는“떠돌이 병든 개.”스스로는 아니라고 소리치고 몸부림치지만 그것이 마약의 유혹에 넘어간 결과입니다. 어느 누구든지 내 글을 읽으신다면 떠돌이 병든 개가 되는 일은 없으시길 진정 바라는 마음입니다.

<2007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 2"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