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함께한 지난날 - 임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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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처럼 캄캄한 어둠을 바라보고 있는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수의로 흘러내린다. 지금껏 나의 인생을 갉아먹은 마약과 함께 시계추처럼 반복된 삶을 살아온 나.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걱정하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다시는 생각하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흔적들을 지우고 없앨 수만 있다면 손톱만큼의 흔적도 남김없이 나의 머릿속에서 모두 깨끗이 지워버리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나는 지난날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오를 때마다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때는 순간의 쾌락과 방탕한 생활로 무너질 대로 무너졌기에 차라리 세상을 등지고 죽는 것이야말로 마약과 인연을 끊고 나로 인해 상처받은 가족들에게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아닌가 자문까지 해보았지만 그것은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기에 요즈음은 책 속에 파묻혀 지내면서 진지하게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남은 인생에 대하여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책은 더 많은 것, 조금 더 좋은 것을 가지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가던 내게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고 조용기 목사님께서 쓰신 <기도>라는 책은 읽을 때 마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뜨거움이 쏟아진다. 인생의 참된 가치를 모른 채 쾌락과 물질의 더미에만 집착하며 살아온 내 인생이 이제는 영적인 마음과 사랑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이곳에서 읽은 많은 책들은 가족들에게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 없던 영혼을 변화시켜 주었고 다시 한번 일어서 보자는 의지를 만들어 주었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출소하면 다시는 마약에 손을 대지 말아야지 하고 말로만 다짐을 하여 사회에 나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망각 속에 빠져들었기에 이제는 글로써 흔적을 남기어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나를 걱정해주는 모든 분들께 다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마약이라는 늪에는 빠지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울러 내 자신이 마약 속에서 살아 온 결과는 모두가 떠나버리고 혼자 남겨진 것과 주위에서 마약하는 사람들을 보며 결국은 마약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마약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깨달아 마약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내었다. 평범한 삶을 살다가 친구의 유혹에 의해서 시작된 마약이 나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큰 고통 속에서 지내게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를 못했다. 항상 말로는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하면서도 계속되는 쾌락의 도구인 마약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공생관계가 되었고 결국에는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까지도 마약에 손을 대는 바람에 모두 탕진하고 교도소와 인연아닌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나의 반복되는 생활에 지친 아내는 더 이상 나를 사랑으로 바라볼 수 없다며 이혼을 요구했고 결국은 가정이 파탄되어 이산가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별거생활을 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는 형제, 친구, 지인들까지도 등을 돌렸다. 모든 것은 나의 잘못된 인생으로 인하여 생긴 업임을 알게 된 요즘은 남몰래 흐느끼며 밤을 지새우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예전에는 교도소에서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이 출소하여 나에게 연락을 하여 또다시 마약을 하게 돼 모든 것이 남의 탓 인양 남을 원망도 많이 했고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부끄럽다. 모든 것은 내 자신이 심적으로 나약하였고 어떤 경우라도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할 것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감정조차 바로 잡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유혹 속에서 방황하는 몸과 마음을 강하게 질책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기회를 뿌리쳤기에 어쩌면 지금 흘리는 후회의 눈물은 가당치도 않 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제는 불혹의 나이를 넘고 보니 지금까지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짐만 되는 못난 가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아내와 자식들이 그리워지고 시간이 더 늦기 전에 내 남은 인생을 가족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든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지난날 가장의 빈자리로 인하여 가족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고 가족이 나를 필요 할 때 나는 등한시 하였기에 나의 눈가에서는 쉴 새 없는 회한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왜 나는 가족의 소중함을 그때는 몰랐던 것인가? 너무 늦은 감도 있지만 이제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오는 것임을 마음속 깊이 느끼게 되니 코끝이 시리고 가슴이 저린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간 가족들 얼굴이 담긴 사진이지만 이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반면에 참으로 오랫동안 내가 얼마나 가족들을 힘들게 하였는지를 알 것 같고 가족들을 살피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정말로 찢어지게 아프다. 하지만 이제는 내 자신 스스로 가족에 대하여 묻고 살필 때마다 과거의 내 모습과는 비교할 수없을 만큼 가족에게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젊은 날의 순수한 마음을 다시 되찾기까지 너무 멀리 돌아서 왔지만 그런 깨달음이 나에게는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이젠 나는 온 가족이 예전처럼 다시 모여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하여 방탕생활로 인하여 자식들에게 못 다한 아버지 노릇과 고생만 한 아내에게 자상한 남편노릇을 할 것이며 못난 아들이지만 잘되기만을 기다리는 부모님께 꼭 효도를 하겠다. 꼭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어 시련의 문 너머에 있는 우리가족들에게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희망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 나에게는 마약은 관계없는 단어다. 세상에서 나와 호흡하고 있는 존재의 의미를 느끼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게 된 이상 남은 인생을 가족들이나 나를 알고 있는 모든 분들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것이다. 지금까지 내 자신이 살아온 자취를 되돌아보면 고통과 아픔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한 과정이라고 여기어 진다. 지난 일들은 기억으로 남아서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여진다. 대개는 많은 기억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금방 잊어버리게 되지만 어떤 일은 시간이 흘러도 어제 겪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나의 기억 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은 현실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에 마약과 함께 살아 온 악몽 같은 나날들은 나 스스로 굳은 의지로 이겨냄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에게 정직하고 진실할 것이며 작은 곳에 눈을 파느라고 큰일을 절대로 놓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번 내 자신이 마약과의 싸움에서 지게 된다면 나는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세상의 낙오자란 것을 잘 알기에 어디에서건 항상 마음을 가다듬을 것이며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이겨낼 것이다. 못난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가족들의 기대에 절대로 어긋나지 않도록 자신과 우리 가족을 파괴시키고 아프게 했던 해충 같은 마약에서 이젠 꼭 훌훌 털고 일어설 것이다. 또한 나의 빈자리로 인하여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남자도 하기 힘든 노동일을 하면서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아내가‘이제는 나의 몸을 나의 것만이 아니라 당신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던 그 모습을 늘 가슴속에 새기면서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고 열심히 살겠다. 세상에는 하찮은 것에 집착하여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마구 낭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또한 그 하찮은 것들로 인하여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살다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혹시 소중한 인생을 지금도 하찮은 일에 탕진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번 수감 생활을 통하여 진지하게 되돌아보고자 한다. <2006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 에서 발췌>